소식·인사이트로 돌아가기

탄소 크레딧이 무엇인가요?

교토의정서에서 파리협정 제6조까지, 탄소 크레딧이 시작된 배경과 만들어지는 과정, 오늘날 중요해진 이유를 쉽게 설명합니다.

탄소시장과 온실가스 감축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산업 현장

탄소 크레딧은 온실가스 감축이나 제거 성과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단위입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딧 1개는 이산화탄소환산량 1톤(1tCO₂e)을 줄이거나 대기에서 제거한 성과를 뜻합니다.

예를 들어 화석연료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거나,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회수하거나, 훼손된 산림을 복원하는 사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업이 없었을 때와 비교해 실제로 줄어든 온실가스의 양을 계산하고 제3자의 검증을 거쳐 등록부에서 발급하면 탄소 크레딧이 됩니다.

탄소 크레딧의 핵심은 단순히 ‘좋은 환경사업을 했다’는 주장이 아닙니다. 얼마만큼의 감축이 추가로 발생했고, 그 결과를 어떤 근거로 확인할 수 있는지를 공통 단위로 증명하는 데 있습니다.

탄소 크레딧은 어디에서 시작됐나요?

탄소 크레딧의 뿌리를 이해하려면 1992년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과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지만,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드는 비용과 여건은 국가와 지역마다 달랐습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감축 목표를 부여하면서 국제배출권거래, 공동이행제도(JI), 청정개발체제(CDM)라는 시장 메커니즘을 마련했습니다. 감축이 필요한 곳에 자금이 흘러가고, 그 성과를 공통된 단위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UNFCCC 교토의정서

특히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참여하고, 검증된 감축량에 따라 CER이라는 크레딧을 발급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CER 1개는 이산화탄소 1톤에 해당했습니다. 사업 등록, 승인된 방법론, 추가성 입증, 모니터링과 검증을 거쳐 크레딧을 발급하는 오늘날의 기본 구조가 이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UNFCCC 청정개발체제

즉, 탄소 크레딧은 처음부터 단순한 친환경 인증서가 아니었습니다. 국가 간 감축 협력과 기후재원을 연결하기 위해 감축 성과를 측정하고 검증 가능한 단위로 바꾸는 정책 수단으로 발전했습니다.

파리협정은 무엇을 바꿨나요?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서는 거의 모든 국가가 스스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세우고 이행하는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이에 따라 한 국가에서 발생한 감축 성과를 다른 국가나 기업이 사용할 때, 어느 쪽의 감축 실적으로 계산할 것인지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파리협정 제6조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해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합니다.

  • 제6.2조는 국가 간에 이전되는 감축 실적을 어떻게 승인하고 회계 처리하며 보고할지 다룹니다.
  • 제6.4조는 UNFCCC가 감독하는 새로운 국제 탄소 크레딧 메커니즘을 규정합니다.
  • 제6.8조는 크레딧 거래가 아닌 비시장 방식의 국제협력을 다룹니다.

이 체제에서 특히 중요한 원칙은 이중계산을 막는 것입니다. 하나의 감축량을 사업 유치국과 구매국이 동시에 자기 감축 실적으로 주장하면 전 세계 감축량이 실제보다 부풀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이전되는 감축 실적에는 유치국 승인과 상응조정 등 국가 간 회계 절차가 중요해졌습니다. UNFCCC 파리협정 제6조

파리협정 제6.4조 메커니즘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감축사업의 방법론, 등록, 검증, 발급과 이전을 관리하는 새로운 국제 기준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UNFCCC 파리협정 크레딧 메커니즘

파리협정 제6.4조에서 유치국의 감축 성과가 승인·발급·이전되는 구조. 출처: UN Climate Change, Paris Agreement Crediting Mechanism

탄소 크레딧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포집해 처리하는 사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메탄 회수 설비를 설치했다는 사실만으로 탄소 크레딧이 바로 발급되지는 않습니다.

먼저 사업이 없었다면 대기 중으로 배출됐을 메탄의 양을 기준선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이 기존 관행이나 법적 의무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감축을 만드는지 확인합니다. 이후 승인된 방법론에 따라 메탄 회수량과 농도, 설비 가동시간 등 현장 데이터를 수집해 실제 감축량을 계산합니다.

이때 필요한 핵심 과정이 MRV입니다.

  • 모니터링(Monitoring): 가스 유량과 농도, 설비 가동시간과 같은 활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합니다.
  • 보고(Reporting): 적용한 방법론과 계산 결과, 근거 자료를 정리합니다.
  • 검증(Verification): 독립된 검증기관이 원천 데이터와 계산 과정이 타당한지 확인합니다.

검증을 마친 감축량은 해당 탄소표준의 등록부 심사를 거쳐 크레딧으로 발급됩니다. 이후 크레딧의 이전 내역은 등록부에 기록되며, 최종 사용된 크레딧은 취소 또는 소각 처리되어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것이 DMRV입니다. 센서와 계량기에서 수집된 원천 데이터부터 계산식, 증빙 자료와 변경 이력까지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해 검증 가능한 데이터 흐름을 만듭니다. DMRV가 기업의 운영 데이터와 탄소 크레딧 발급을 연결하는 방식은 DMRV란 무엇인가에서 자세히 설명합니다.

DMRV가 탄소 크레딧을 자동으로 발급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크레딧의 발급 여부는 적용한 표준과 방법론, 독립 검증과 등록부의 심사를 거쳐 결정됩니다. DMRV는 그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의 신뢰성과 추적 가능성을 높이는 기반입니다.

왜 지금 탄소 크레딧이 더 중요해지고 있나요?

첫째, 파리협정 이후 탄소 크레딧은 국가의 감축목표와 국제협력 체계에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감축량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뿐 아니라 어느 국가가 그 실적을 사용하고, 이중계산을 어떻게 방지했는지까지 설명해야 합니다.

둘째, 탄소 크레딧은 감축사업에 자금을 연결하는 기후금융 수단입니다. 초기 투자비가 크거나 사업성이 부족해 실행되기 어려운 재생에너지, 메탄 감축, 산림 보호와 탄소 제거 사업은 크레딧 판매 수익을 통해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크레딧 구매는 기업과 국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직접 감축을 대신하기보다, 직접 감축과 함께 사용되는 보완 수단이어야 합니다.

셋째, 국제항공과 같은 산업별 규제에서도 적격 탄소 크레딧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CORSIA는 국제항공 배출을 다루는 세계 단위의 시장 기반 제도입니다. 항공사는 아무 크레딧이나 사용할 수 없으며, ICAO가 승인한 프로그램과 발급연도, 사업 범위, 유치국 확인 등 세부 조건을 충족한 단위만 규제 이행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24~2026년 첫 번째 단계에 적용되는 적격 단위의 범위도 별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ICAO CORSIA · ICAO 2024~2026 적격 배출단위

결국 탄소 크레딧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말은 단순히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뜻만은 아닙니다. 크레딧이 국가 목표, 산업 규제와 기업의 기후전략에 연결되면서 정책과 규제에 맞는 품질을 증명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탄소 크레딧은 무엇이 다른가요?

모든 탄소 크레딧이 같은 품질과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닙니다. 표시된 1톤이라는 숫자보다 그 숫자가 만들어진 조건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 사업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추가적인 감축인가?
  • 기준선과 계산 방법론은 타당한가?
  • 원천 데이터와 증빙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가?
  • 독립된 검증기관이 결과를 확인했는가?
  • 산림과 같은 저장형 사업이라면 감축 효과가 충분히 오래 유지되는가?
  • 사업으로 인한 배출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는 않았는가?
  • 같은 감축 실적이 두 번 발급되거나 사용되지 않았는가?
  • 발급, 이전과 최종 취소 이력이 등록부에 남아 있는가?
  • 규제 이행에 사용한다면 해당 제도가 요구하는 승인과 적격 조건을 충족하는가?

탄소 크레딧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감축 성과를 하나의 단위로 바꾼 결과물입니다. 그래서 신뢰는 이름이나 인증마크 하나가 아니라 데이터, 방법론, 검증과 회계 절차가 서로 연결될 때 만들어집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감축량이 만들어진 근거입니다

탄소 크레딧은 기후행동에 필요한 자금을 실제 감축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동시에 근거가 불충분한 감축을 숫자로 포장하면 탄소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샘튼은 Samton-DMRV를 통해 원천 데이터 수집부터 감축량 산정, 증빙 관리와 검증 보고까지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크레딧 숫자뿐 아니라 그 숫자가 어디에서, 어떤 기준으로, 어떤 검증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뢰할 수 있는 탄소시장의 출발점입니다.

크레딧 발급 규칙을 운영하는 주요 프로그램의 역사와 차이는 탄소 크레딧 표준기관의 역사와 역할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배출권과 탄소 크레딧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일부 규제제도에서 크레딧을 어떤 범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는 별도 글 탄소 배출권과 탄소 크레딧의 차이에서 이어서 설명합니다.